민방위 공
기록 영상, 민방위 깃발, 오브제, 가변 설치, 2016
나는 민방위 훈련의 로고가 노랑, 파랑, 초록의 단순한 삼각형들을 전시 상황의 기호로 제시하고 있음을 주목하고, 이러한 상징 언어가 냉전 이데올로기를 일상에 지속시키기 위해 모순적으로 중성적 이미지를 이용한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민방위 로고의 삼각형을 연결하여 놀이기구 같은 큰 주사위를 만들고 서울대공원의 광장에서 이를 반복적으로 굴리면서 정지된 주사위의 윗면 삼각형의 의미(경계, 공습, 해제)를 민방위 대원처럼 크게 복창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퍼포머는 기존의 의미체계를 성실하게 반복하지만, 동작이 반복될수록 민방위의 의미체계를 전달하는 도구인 주사위는 망가지고 퍼포먼스의 진행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된다.